Tel Dan
텔 단
“두 금송아지를 만들고 무리에게 말하기를 너희가 다시는 예루살렘에 올라갈 것이 없도다 이스라엘아 이는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올린 너희의 신들이라 하고 하나는 벧엘에 두고 하나는 (텔) 단에 둔지라” (왕상 12:28-29)
북이스라엘 제단의 형태가 남아 있는 곳
[헬몬산] 골란고원에서 바라본 헬몬산 광경
성지순례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갈릴리 북쪽지역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성지순례 중 방문하는 대부분의 지역과는 너무나 다른 자연 환경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인데, 그 원인을 제공하는 곳이 헬몬산입니다. 헬몬산은 이스라엘의 가장 북쪽 끝에 시리아, 레바논, 이스라엘 이렇게 세 나라가 국경 삼아 맞대고 있는 해발 2,814미터의 산입니다. 이 산은 우기에는 눈이 많이 내려서, 이스라엘에서 유일하게 스키장이 있는 곳입니다. 건기에는 고산 지대인지라 일교차가 커서 이슬이 많이 내립니다. 그래서 헬몬산 주변에서는 물에 대한 걱정이 전혀 없습니다. 우기에 쌓이는 눈과 건기에 내리는 이슬을 헬몬산이 그대로 마시고 나면, 품고 있던 눈 녹은 물과 이슬이 산자락 아래에서 샘이 되어 터져 나옵니다. 헬몬산 자락에는 세 개의 샘이 있는데, 그 중 두 개의 샘을 터전으로 단과 가이사랴 빌립보라는 도시가 세워졌습니다. 그 중에서 단은 기원전 5,000년 전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고, 헬몬 산자락의 샘 중에서 가장 큰 샘이 바로 이곳 단에서 터져 나옵니다.
[갈릴리 북부 지역의 위치] 헬몬산을 중심으로 텔 단과 가이사랴 빌립보가 위치해 있습니다.
단은 지리적으로 이스라엘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도시입니다. 그래서 성경에서 단과 브엘세바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 그 의미는 ‘백두에서 한라까지’와 같은 의미입니다.(삼상3:20) 그런데 이 지역을 ‘단’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을 지금으로부터 3,200여년 전인데 원래 이곳의 이름은 ‘라이스(Laish)’였습니다. 원래 단지파는 여호수아에게서 지중해 해안의 욥바 근처를 분배받았으나 블레셋을 이기지 못하였습니다. 단 지파는 대신 이곳 ‘라이스’를 점령하고 지파의 이름을 따서 ‘단’이라고 부른 것입니다. 단 유적지를 방문하려면 최소 30분에서 2시간이 걸리는 트렉킹 코스(Tracking Course)를 지나야 합니다. 이곳은 커다란 유칼립투스 나무와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곳 저곳에서 솟아나는 물로 마치 정글과 같은 느낌을 받게 만듭니다.
[단 지파의 이동 경로]
[텔 단 자연보호구역]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구약 시대에 북왕국 이스라엘의 여로보암 왕이 세워놓은 제단과 마주하게 됩니다. 솔로몬이 죽은 뒤에 이스라엘은 남쪽 땅의 유다 왕국과 북쪽 땅의 이스라엘 왕국으로 나뉩니다. 이렇게 나뉜 이유는 여럿 있지만, 그 중의 하나는 지나치게 남쪽 유다 땅 중심으로 되어 있는 이스라엘 절기들에 대한 경제적, 정치적 반발이 이스라엘의 북쪽 땅에 거주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거셌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초실절이 되면 이스라엘의 남자들은 모두 예루살렘에 가야 합니다. 지난 우기 동안 경작한 밀과 보리들을 거두어들인 후 하나님께 감사하는 절기가 초실절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갈 때에는 빈손으로 가지 않고 거두어들인 밀과 보리, 그리고 경작물들을 가지고 하나님께 나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이 초실절은 남쪽 땅 유다에서는 시기가 정확하게 맞지만, 날씨가 더 서늘한 북쪽 땅에는 그 시기가 맞지 않습니다. 남쪽 땅에서는 추수하고, 초실절을 지키지만 상대적으로 기온이 더 낮은 북쪽 땅에서는 추수를 위해서 아직 얼마를 더 기다려야 하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북쪽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남쪽 땅에 있는 예루살렘에 가기 위해서는 적어도 초실절 며칠 전에는 집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아마 단처럼 이스라엘 땅의 최고 북쪽에 사는 사람들은 더 일찍 출발해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단에 쌓은 제단] 여로보암에 의해서 벧엘과 더불어 함께 만들어진 북왕국의 공식적인 제단 터
그래서 북쪽 지역 사람들은 추수한 경작물을 대신해서 돈을 가지고 예루살렘에 갔습니다. 그곳에서 남쪽 유다와 그 주변 지역 사람들이 이미 경작하고 추수한 곡물을 사다가 제사를 드리거나, 돈으로 대신해서 성경에 나와 있는 율법적인 의무를 감당한 것입니다. 그러니 북쪽 사람들은 남쪽 사람들만 좋은 일을 시킨다고 불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북쪽의 돈이 남쪽으로 한 방향으로만 흘러 들어가는 일이 율법적인 의무에 따라서 일 년에 세 번씩 똑같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율법을 제대로 지킨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자기가 수고하고 노력한 곡물을 가져오지 않고 돈을 가지고 온 북쪽 사람들이 돈이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물질만능주의에 사로잡힌 사람들로 보였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이와 같이 북쪽 사람들을 멸시하는 남쪽 사람들의 편견의 눈총에 대한 반감과 한 해 동안 열심히 일한 노력의 대가도 없이 계속 남쪽에 퍼주어야 한다는 피해의식이 서로 얽혀서 북쪽 사람들과 남쪽 사람들 간에 감정의 골이 점점 깊어만 갔습니다.
결국 솔로몬이 죽은 뒤에 드디어 그 감정이 폭발하게 되고, 북쪽 지역 사람들은 여로보암을 왕으로 삼아 이스라엘이라는 왕국을 세웠습니다. 나라를 만들고 제일 먼저 시행한 정책사업의 하나는 절기를 새롭게 정하는 것이었습니다.(왕상 12:32-33) 즉 남유다 땅 중심으로 제정된 절기를 북왕국의 현실에 맞게 고친 것입니다. 그래서 사마리아 사람들의 유월절은 일반적으로 지키는 유대력의 유월절보다 대략 한 달 더 늦습니다.
[송아지 상] 이스라엘 국립박물관에 전시 중인 청동으로 만든 송아지 상입니다.
그리고 북왕국의 왕 여로보암은 백성들이 절기 때 예루살렘으로 가는 것을 막고 종교적인 문제를 북쪽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려고, 벧엘과 단에 제단을 만들고 그들과 함께 계시는 하나님을 눈으로 직접 보여주기 위해 금송아지를 만드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맙니다(왕상 12:26-31). 십계명의 둘째 계명을 어기고 만 것입니다. 또한 광야에서 지었던 선조들의 죄를 그대로 되풀이했던 것입니다. 십계명을 저버리고 역사에 악한 왕의 대명사로 낙인찍혀야 했던 여로보암의 역사가 바로 이곳 단에 묻혀 있습니다.
[참고 문헌, 사진 및 지도]
김상목, 「이스라엘, 하나님을 만나는 성경현장 Best60이야기」, 21C목회연구소, 경기도, 2015
유바울, 「축복의 땅, 약속의 땅 이스라엘」, CLC, 서울, 2015
유바울, 「어린 양의 신부 도보 이스라엘」, CLC, 서울, 2019
이강근, 「성경의 땅, 이스라엘을 만나다」, 생명의말씀사, 서울, 2016
이요엘, 「이스라엘 디스커버리 DISCOVERY NOTES ON ISRAEL」, 홍성사, 서울, 2015
이익상, 「이스라엘 따라걷기」, 규장, 서울,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