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rsi
거라사
“예수께서 바다 건너편 거라사인의 지방에 이르러배에서 나오시매 곧 더러운 귀신 들린사람이 무덤 사이에서 나와 예수를 만나니라” (막 5:1-2)
파멸의 인간을 선교의 도구로 세우다
[갈릴리 동편에 위치한 거라사 예배당 유적지]
갈릴리 지역이 이방인이 사는 갈릴리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세뇌된 이유 중 하나는 갈릴리 지역이 문화의 교차로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동유럽 지방에서 가나안을 거쳐 이집트로 가는 사람들이나,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주변 메소포타미아에 살던 사람들이 가나안을 거쳐 이집트로 가기 위해서 육로를 선택한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이 바로 갈릴리였습니다. 팍스 로마나(Pax Romana)를 외치던 로마인들이 가나안과 그 주변 지방을 지나는 통상로를 만들면서 지중해 해변을 따라가는 해변 길(Via Maris)을 건설하였는데, 그 도로가 갈릴리를 관통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갈릴리 호수 주변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떠들어대는 외국인들과 그들이 각 나라에서 가져온 진기한 물건들, 동물들, 그들의 신들과 철학들로 넘쳐난 것입니다.
탈무드의 기록에 의하면, 1세기의 거라사 마을에는 외국인이 많이 살았다고 합니다. 따라서 그곳에는 유대 문화와는 전혀 다른 풍습들이 유행했습니다. 우상숭배가 만연했고, 유대인들이 혐오하는 돼지 사육이 이루어졌습니다. “돼지고기(와 가증한 물건과 쥐)를 먹는 자가 다 함께 망하리라”(사 66:17). 돼지고기는 지금도 정결한 코셔 음식만을 먹는 유대인 지역에서는 팔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스라엘산 소세지는 모두 양이나 닭을 이용해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거라사 지역은 사실상 유대인들에게 공동 배타 구역이었습니다. 거라사가 속한 데가볼리 지역은 당시 외국 문물과 외국어와 외국 음식이 유행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거라사의 이름도 아랍어로 ‘패망’인 걸 보면, 유대인에게 얼마나 차별당하던 곳이었는지 짐작하게 합니다.
[데가볼리 지역에 속해 있는 거라사] 예수님 당시 데가볼리는 이방인들이 모여 살던 지역이었습니다.
이러한 이색적인 풍습이 만연한 곳, 유대인들로부터 차별당하던 곳인 거라사에 예수님이 배를 타고 가셨습니다. 잃어버린 영혼을 위해 풍랑 속에 호수를 건너 가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광인을 고쳐주시고, 그를 괴롭히던 귀신들을 돼지 떼로 몰아 몰살시키셨습니다. 어마어마한 재산상의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버림받은 한 인간을 구하신 것입니다.
[거라사 예배당에서 바라본 무덤 지역] 예수님 당시 거라사의 귀신 들린 사람이 있었던 곳으로 알려진 무덤 지역
마가복음은 이 이야기를 더 세밀하게 표현합니다. 그는 무덤에 살았고, 나체로 생활했으며, 돌칼로 자해하며, 피를 흘리고, 괴력으로 쇠사슬을 끊는 행위가 매일 반복되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유대인들은 이런 곳에 절대 가지 않습니다. 유대 관습에 따라, 부정한 것을 철저히 차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차별당하고 버림받은 그에게 다가서신 분이 예수님이셨습니다. 예수님의 긍휼하심이 한 인간과 그의 가족 친지와 공동체를 살렸습니다. 치유된 그가 예수를 따르고 싶어 간청했으나, 예수님은 그가 부모의 집으로 돌아가 긍휼을 전하라고 하셨습니다(막 5:18-19). 집에 돌아간 그는 그 사실을 전했고, 이방인 지역이었던 데가볼리 온 지역 사람들이 복음의 영향권에 들어오는 놀라운 일이 생긴 것입니다. 예수님은 한 영혼만이 아닌, 흑암에 사는 모든 주민과 이방인까지도 생각하셨던 것입니다.
“예수께서 자기에게 어떻게 큰일 행하셨는지를 데가볼리에 전파하니 모든 사람이 놀랍게 여기더라”(막 5:20)
[2,000마리의 돼지 떼가 바다를 향하여 내리 달렸다고 알려진 비탈길]
갈릴리 호수 동편에 쿠르시(Kursi)라고 하는 곳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은 이곳을 거라사 사건의 현장이라고 믿고 방문합니다. 이곳은 1970년 도로 공사 중에 비잔틴시대의 교회와 수도원 유적이 발견되어 더욱 유명한 장소가 되었으며, 해변에서 500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직사각형의 돌벽으로 쌓은 예배당은 6세기의 비잔틴 시대에 세워졌고, 당시 성지에서 가장 큰 수도원 교회였습니다.
이 교회 또한 화산지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검정색 현무암으로 세워져 있습니다. 예배당에는 십자가 문양을 새긴 기둥들이 있고, 모자이크로 장식된 교회 바닥은 포도, 무화과, 석류, 어류, 새 등으로 장식되어 있는데, 이는 이 건물이 비잔틴시대에 세워졌다는 사실을 증명해 줍니다. 올리브압착기도 보이는데, 이는 순례객들에게 성유포를 주기 위해서입니다. 교회 건물 내부에는 사제와 평신도의 영역을 구분했던 뚜렷한 흔적을 볼 수 있고 침례(물속에 완전히 몸을 담그는 의식)에서 세례로 교회 의식이 변화되는 중간기의 세침례 탕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올리브 압착기]
수도원 뒤편 언덕 옆에는 동굴 속에 지어진 초기 예배당의 잔해가 있습니다. 그 아래에 돌로 된 옹벽에 둘러싸인 거대한 바위 있는데, 그 장소가 기적의 장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적의 장소라고 알려진 무덤 지역에서 내려다 본 거라사 예배당]
[거라사의 위치]
[참고 문헌, 사진 및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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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근, 「성경의 땅, 이스라엘을 만나다」, 생명의말씀사, 서울, 2016
이요엘, 「이스라엘 디스커버리 DISCOVERY NOTES ON ISRAEL」, 홍성사, 서울,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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