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hsaida
벳세다
“빌립은 안드레와 베드로와 한 동네 벳새다 사람이라” (요 1:44)
예수님의 제자들이 살던 마을
[벳새다 유적지 전경]
갈릴리 호수 북쪽 해안가 부근 요단강 물이 유입되는 상류 지역이 어촌이었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곳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벳새다입니다. ‘베이트 싸이다(BETH SAIDA)’라는 지명 자체가 ‘어부의 집’ 또는 ‘고기잡이 집’이란 의미입니다.
사실 벳새다는 1987년에야 세상에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그전까지 벳새다는 갈릴리 호수에서 사라진 마을이었습니다. 신약에 기록된 모든 마을이 발굴되어 소개되었지만, 이상하게 벳새다만은 오리무중이었습니다. 수년 간의 고고학적인 탐사를 거치고서야 해변에서 무려 1.5km나 떨어진 산 중에서 벳새다를 찾게 된 것입니다. 해변에서만 발견되는 해양 미생물이 산중 토양에서 나타난 것입니다. 갈릴리 호수에서나 볼 수 있는 조개껍질과 어류의 흔적이 발굴되면서, 이곳이 오래전 해변가였음이 드러난 것입니다. 지질학자들은 벳새다 유적지에서 갑각류의 미생물이 포함된 해안가 진흙군을 발견함으로써 옛 벳새다였다는 것을 증명해냈습니다. 이는 예수님 시대에는 해안에 닿았을 벳새다가 거의 2천 년간 북쪽 요단강의 급한 경사를 타고 내려온 퇴적물들이 쌓여 현재는 해안에서 멀어졌고, 지금은 단단한 토양으로 변해버린 것입니다.
가버나움만큼 벳새다가 중요한 것은 베드로, 안드레, 빌립 등 주요 세 제자가 바로 벳새다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어부의 집’이란 의미를 가진 벳새다 출신 답게 직업이 어부였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제자 가운데 나다나엘을 포함하면 최소한 7명이 갈릴리 출신 어부들입니다.
예수님은 왜 율법사나 바리새인이나 제사장, 레위인을 택하지 않고, 굳은살이 박힌 어부들을 제자로 선택하셨을까요? 우리가 어려서부터 줄곧 들어오던 갈릴리 어부들에 대한 변하지 않는 편견들이 있는데, ‘베드로, 안드레, 요한과 빌립 이들은 어부들이었으니 무식하고 가난한 사람들이다’ 라는 생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 무식, 가난은 이들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는 합니다.
[벳새다 어부의 집 표지석]
[표지석에 있는 어부의 집 형상화]
유대인들은 갈릴리지역 사람들에 대한 아주 오래된 편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방의 갈릴리', '흑암에서 행하던 백성',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날 수 있느냐' (사9:1-2, 요1:46), 더 나아가 예루살렘에 살았던 종교지도자들은 베드로와 안드레를 학문이 없는 범인으로 비하까지 했습니다(행4:13). 하지만 지리, 역사, 종교적 배경을 통해서보면 이런 말들은 지독한 편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우선 베드로는 벳새다 사람이었지만, 마8:14을 보면 장모와 함께 가버나움에 살았으며 그곳 호숫가에서 요한과 더불어 고기잡이를 했던 것으로 보아(마4:18-22) 베드로는 요한과 동업자로 사업장을 가버나움에 두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러 자료들에 의하면 베드로와 안드레 그리고 빌립과 요한은 어부로서 자기 배와 그물을 소유하고 많은 사람들을 고용한 일종의 수산업에 종사한 사업가였던 것입니다.
[벳새다 어부의 집 유적지]
최종적으로 이러한 모든 진술들을 확증할 수 있는 증거가 벳새다 발굴 현장에서 유물들로 확인 되었습니다. 특히 이곳에서 발견된 집들의 규모는 그들이 당대에 얼마나 부유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었는지 확인해 주었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우리의 생각이 조금은 바뀌어야만 할 것 같습니다. 갈릴리에서 어부의 삶을 살았던 제자들은 무식하고 가난해서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었기에 선뜻 예수님을 따라 나선 것이 아니었습니다. 가족과 재물, 모두를 포기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자기를 부인하는 결단으로 예수님을 따랐던 진리의 추종자였던 것입니다.
지금 현재 벳세다로 들어가는 길은 우마차 하나 들어갈만한 좁은 폭입니다. 붉은빛이 감도는 화산암으로 덮여 있고, 군데군데 키 큰 나무들이 햇볕을 가려 주나 흘러나오는 땀을 막을 수 없습니다. 무너진 성문도 있고, 포도즙을 만들던 터와 어부들의 집들도 있습니다. 잡은 생선을 소금에 절이고, 말리던 흔적도 남아 있습니다. 발굴된 집터 중에는 제자들의 집도 있을 것입니다. 2세기경의 금화가 이곳에서 출토된 것을 보면, 벳새다는 부유한 어촌이었던 것입니다.
[벳새다에서 출토된 금화]
예수님은 이곳에서 5천 명을 먹이시고(눅 9:12-17), 소경을 고치셨습니다(막 8:22-26). 한 사람이 소경을 예수님께 데려와 고쳐주시기를 구하자 그의 눈에 침을 뱉으시고 안수해 주신 것입니다. 그러나 벳새다는 이처럼 부유하고 예수님의 많은 능력을 보고서도 회개치 않아 결국 예수님의 책망을 받고 말았습니다(마 11:21, 눅 10:13).
“화 있을진저 고라신아 화 있을진저 벳새다야”(마 11:21, 눅 10:13)
[벳새다 유적지의 위치]
[참고 문헌, 사진 및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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