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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가버나움 / Capernaum

Capernaum
가버나움
"가버나움아 네가 하늘에까지 높아지겠느냐 음부에까지 낮아지리라 네게 행한 모든 권능을 소돔에서 행하였더라면 그 성이 오늘까지 있었으리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심판 날에 소돔 땅이 너보다 견디기 쉬우리라 하시니라” (마11:23-24)
신약성서의 절반
[가버나움 전경] 우측에 보이는 것이 가버나움 회당이며, 좌측 팔각형 지붕으로 되어 있는 건물이 베드로의 집터 위에 세워진 가버나움 교회입니다.
예수님은 회당에서 가르치셨고(막1:21), 백부장의 종의 병을 고쳐주셨으며(마8:5-13), 왕의 신하의 아들의 병을 고쳐주셨습니다(요4:46-54). 또한 중풍병자를 고치셨고(마9:2-8), 베드로의 장모의 열병을 고쳐주셨고(마8:14-15), 귀신 들린 자를 고쳐주셨으며(막1:21-34), 혈루증 않는 여인을 낫게 하셨고(막5:25-34), 맹인들의 눈을 뜨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아픈 사람만 고쳐주신 것이 아닙니다. 회당장 야이로의 딸은 죽었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를 다시 살리셨습니다(마9:18-26). 그런데, 지금까지 언급한 이 모든 이야기들의 공통점이 무엇인 줄 아십니까? 이는 모두 가버나움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또한 이곳에서 어부 출신의 그의 제자들, 즉 베드로, 안드레, 야고보, 요한을 ‘사람 낚는 어부’로 부르셨으며(막1:21, 29, 막4:18-22), 기적을 행하시고 비유로 많은 것을 가르치셨습니다.
가버나움은 히브리어로 ‘나훔의 마을’이란 뜻의 ‘크파프 나훔(Kfar Nachum)’에서 유래했다고도 하고, 중세 때 유대인들의 전승에 따르면 이곳에 묻힌 한 선지자의 이름을 따서 부르게 된 것이라고도 합니다. ‘나훔의 마을’은 ‘긍휼의 마을’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버나움은 예수님이 나사렛을 떠나 갈릴리 지역 선교의 중심지로 삼은 곳으로 예수님의 선교센터였습니다.
그렇다면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신 예수님이 나사렛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시고 갈릴리 호수가에 있던 가버나움을 사역의 거점지로 사용하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 중 하나는 가버나움이 고대로부터 ‘해변 길(Via Maris, 사9:1)’이라는 남북을 연결하는 매우 중요한 도로의 통로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해변 길(Via Maris)’은 고대로부터 이집트의 문명과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연결하는 정치, 경제, 군사, 행정의 중심 도로로서 이스라엘의 갈릴리 지방을 관통한 다음 지중해변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일컫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중요한 도로가 갈릴리호수 북쪽 가버나움을 통과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버나움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도로상에 위치한 도시였던 것입니다.
[Via Maris 이정표] 1975년 가버나움 회당에서 북동쪽으로 10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로마시대 이정표입니다.
[예수님 시대의 국제도로]
뿐만 아니라 갈릴리 해변에는 16개 항구 마을이 있었는데, 그 중 가버나움의 어획량이 최고였다고 합니다. 따라서 가버나움은 주변에 있던 벳새다 마을이나 고라신 마을과 비교할 때 규모가 매우 컸던 도시였습니다. 이런 가버나움의 위상을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 예수님의 사역 가운데 발견되는데, 예수님은 가버나움에서 세리장 마태를 만나셨고, 그의 집에서 음식을 잡수셨습니다. 이 사실로 보면 세리장 마태는 분명히 가버나움에 사는 사람이었습니다.(마9:9-10) 또한 예수님은 가버나움에서 백부장의 하인을 고쳐주셨습니다.(마8:5-13) 이 사건 또한 백부장이 가버나움에 거주했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세리장 마태와 로마의 백부장이 가버나움에 거주했다는 것은 도시로서 가버나움의 기능, 역할, 위상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를 종합해보면, 가버나움은 ‘해변 길(Via Maris)’이 통과하는 교통의 요지에 위치해 있었으며 동시에 갈릴리 북쪽에서 가장 커다란 행정, 상업의 중심 도시로서 원근 각처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던 곳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가버나움에서 예수님이 중풍병자를 고치시면 그 소문은 해가 지기 전에 갈릴리 전 지역 모든 가정과 사람들에게 순식간에 전파되었고, 그 당시 그 어떤 매체도 이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갈릴리 지역을 두루 거쳐 벳새다 들녘에 이르셨을 때에는 어린이와 여자를 제외하고도 5천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라 나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던 것입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가버나움은 ‘해변 길(Via Maris)’이 통과하는 교통의 요지에 위치해 있었다고 이미 말씀드렸죠. 따라서 이곳을 지나는 상인들이 베드로 장모의 열병을 고쳐주시는 예수님을 보았다면 그 소문이 남쪽으로는 이집트까지 그리고 북쪽으로 시리아와 페르시아(메소포타미아)까지 퍼져 나갔을 것이 분명합니다. 세상 그 누구도 이 소식을 막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예수님이 두로와 시돈을 거쳐 수리아를 지나 거라사에 이르렀을 때에 예수님을 따라 나섰던 사람이 4천 명이나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은 가버나움을 사역의 거점지로 삼으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성경을 읽다보면, 곧 당황스런 예수님의 저주의 말씀에 깜짝 놀라게 됩니다.
가버나움아 네가 하늘에까지 높아지겠느냐 음부에까지 낮아지리라 네게 행한 모든 권능을 소돔에서 행하였더라면 그 성이 오늘까지 있었으리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심판 날에 소돔 땅이 너보다 견디기 쉬우리라 하시니라 (마 11:21-24)
앞서 언급해드렸던 것처럼, 가버나움은 예수님의 공생애에 있어서 제일 중요했던 지역이었으면서, 동시에 주된 활동의 장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가버나움을 놓고 예수님은 저주의 말씀을 하고 계십니다. 왜 일까요? 예수님께서는 가버나움에서 직접 하늘 나라의 복음을 전해주셨습니다. 많은 기적을 베푸셨습니다. 그리고 아픈 이들을 고쳐주셨습니다. 그런데, 가버나움 사람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서기관이나 율법학자들과는 다르게 율법을 해석하고, 정곡을 찌르는 말씀에 놀라기만 하였을 뿐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복음을 전하셨으면, 그 복음을 듣고 자신들의 삶 속에서 변화가 있어야 했는데, 그들의 삶에 변화가 없었던 것입니다. 또한, 예수님을 기적을 행하는 사람, 병을 고치는 능력이 있는 특별한 사람, 더 정확히 말해서 의사도 고칠 수 없는 불치의 병을 아무런 대가 없이 고쳐주시는 분으로 존경하고 따랐지만, 예수님을 메시아, 그들의 영적인 질병을 고치시는 분,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로는 고백하지 못한 것입니다. 예수님의 입장에서 그토록 열심히 말씀을 전하고 기적을 행하셨지만, 신앙과 삶의 아무런 변화가 없었던 가버나움을 향해 내뱉으신 예수님의 불호령같은 외침이 바로 이 저주의 말씀인 것입니다.
그러고보면, 우리가 심판의 날에 예수님을 만나게될 때, 예수님으로부터 가장 큰 책망을 받을 사람들은 어쩌면 예수님을 따른다고 말하는 우리 기독교인들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가버나움과 같이, 교회만큼 하나님의 기적과 예수님의 말씀이 많이 전파되는 곳은 없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교회만큼 하나님의 율법과 예수님의 복음, 그리고 성령의 역사하심과 그 열매들이 해석되는 곳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말씀과 증언들을 마주하면서 그저 “아, 우리 하나님은 이런 분, 예수님은 이런 분, 성령님은 이런 분”으로만 이해할 뿐, 우리가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가져야할 자기 정체성도 가지지 않고, 메시아이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삶의 모범도 따르지도 않고, 성령의 역사하심을 폄훼하며 예수님을 모르는 사람들과 다름 없는 삶을 살면서도 “난 구원을 받았어.”라고 말한다면, 전혀 하나님의 율법의 정신이 무엇인지 모르고 외식하며 살아가면서도 스스로 “선택받은 민족”이라고 자부하던 유대인들과 다를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결국 주후 66년 가버나움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잃어버린 채 로마에 저항하다 철퇴를 맞았습니다. 가버나움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와 연결된 국제도로 선상에 위치하고 교역을 독점한 부유한 마을이었으나, ‘긍휼의 마을’에서 긍휼을 베푼 자는 오직 예수님뿐이었습니다.
[가버나움의 위치]
[참고 문헌, 사진 및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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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바울, 「축복의 땅, 약속의 땅 이스라엘」, CLC, 서울, 2015
유바울, 「어린 양의 신부 도보 이스라엘」, CLC, 서울, 2019
이강근, 「성경의 땅, 이스라엘을 만나다」, 생명의말씀사, 서울, 2016
이요엘, 「이스라엘 디스커버리 DISCOVERY NOTES ON ISRAEL」, 홍성사, 서울, 2015
이익상, 「이스라엘 따라걷기」, 규장, 서울,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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